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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대로

석사 졸업이 코 앞이라니.

by 엘냐 2013.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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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과학과를 졸업하고 산업공학과 석사에 들어온지 어언 1년 반이 지났다.

그러고 보면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다는데

지금도 이렇게 빠른데 앞으로는 얼마나 더 빨라질지 벌써부터 걱정이.

 

학부때는 노느라 못했던 장래에 대한 고민을 대학원에 들어와서 더 심각하게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가장 쉽게 내뱉으면서도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뭔가?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대학원 생활을 거치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석사는 석사"나부랭이"다.

지도교수님께서도 석사들에게는 실질적으로 뭔가 창의적인 산출물을 바라시지 않는다.

공부를 하고 생각을 해나가는 "과정"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배우길 바라신다.

 

그러면서 대학원 생활에서는 자연스레 "내" 시간은 많아진다.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들어오면서 공부를 하라는 "강제성", "강요" 가 많이 사라짐을 느낄 수 있다.

부모님도 공부를 하라고 독촉하지 않고, 학교 선생님들,

이제는 교수님께서도 내가 공부를 하는지 마는지에 대한 것은 관심이 없으시다.

이렇게 되다보면 자연스레 학생들에게는 하루라는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진다.

 

그런데 그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을 모른다.

지금 나도 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진 못하지만,  하지만 학부때는 더더욱 모른다.

물론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내 주위에서는 그런 사람들은 많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부 때 그 많은 시간에 뭘 했나 싶다.

그 당시에는 나름 잘 살고 있다고 생각을 했을텐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남은 것이 많지 않다.

 

좋은쪽만 보자면 동아리 활동도 나름 열심히 했고, 연애도 열심히 했다.

그런데 그거 말고는?

 

동아리 활동과 연애를 후회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더 열심히 하면 했지 안하진 않았을 것이다.

 

남은 짜투리 시간에 뭘 했는지 기억에 남질 않는다.

그래. 게임을 했지. 얼마나? 정말 많이.

그래서 너에게 남은건? 퇴물이 되어버린 계정과 자괴감.

 

그 당시에는 정말 열심히 했고 꽤 보람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 때 아니면 언제 이렇게 게임해보겠어?

 

 

적당히 했어야 한다.

적어도 이 정도의 자괴감이 들 정도는 아니게 했어야 했다.

당시 룸메였던 친구와 이야기를 해봐도, 우리가 뭐 했나 싶다.

둘 다 대학원생이 되면서 과거를 회상하면 그 당시에 이런거 하나만 했어도 이렇진 않았을텐데 라는 후회를 한다.

 

야구에는 "야만없"이라는 줄임말이 있다.

"야구에는 만약은 없다"의 줄임말인데, "만약에 ~가 ~했으면! 우리는 1위지!" 이런 만약이란 말은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지금와서 과거를 회상하면서

"만약 내가 그 때 그 시간의 반만 아르바이트를 했으면 1억은 벌었겠다"

라는 식의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내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각성하기 가장 빠른 좋은시기이다.

 

 

그래. 이렇게 시간을 허비했던 학부였지만 석사때는 그래도 교수님 휘하에 있으니 강제성이 더 생기지 않을까.

 

아니. 교수님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교수님은 스스로 할 때까지 방관하시는 스타일.

 

수업도 적게 듣는데다가, 논문 한 편 읽는 시간을 좀처럼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고

심지어 이번 학기에는 수업도 듣지 않는다.

 

오전에 출근해서 약 12시간을 연구실에 앉아있는데, 그 동안 모두 공부를 하냐고?

절대 아니다. 내가 그런 능력자라면 학부때도 저렇게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겠지.

 

물론 학부때보다는 많이 각성했지. 꽤 많은 시간을 그래도 연구에 매진하려고 한다.

 

숙제를 12시간동안 하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차피 답이 있는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고, 그 과정마저 누군가가 이미 공식으로 잘 만들어놨다.

나는 그 공식들이 의미하는바를 익히고 사용하면 된다.

 

그런데 12시간동안 내가 하는 연구에 집중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답이 정해져있지도 않고 방법도 정해져있지 않다. 그래서 하루에 6시간만 집중해서 일을 해도 난 충분히 만족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남는 시간이 정말 많다.

학부생이라면 이런 시간에 게임을 했겠지. 하지만 연구실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자연스레 사색에 잠기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런데도 아직도 모르겠다.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는건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뭔가?

 

이제 석사 졸업하기 까지 몇 개월 남지 않았는데, 졸업논문을 준비하면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생각해봐야겠다.

 

주저리주저리. 잡소리.

 

요즘 날씨 참 사색이 잠기기 좋은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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